최근 무심코 감기약을 먹은 여성이 부작용으로 인해 양쪽 눈의 실명과 심한 피부질환을 앓게 된 일이 발생했다.
김 씨는 지난 2010년 감기몸살 증상으로 동네 약국에서 일반 감기약을 사서 이틀간 복용하는 중 갑자기 고열과 함께 온 몸이 쑤시고 가렵기 시작했다. 참다못해 동네 병원 응급실을 찾은 그녀에게는 종전 복용했던 감기약과 같은 성분의 약이 또 처방됐다. 처방약을 먹은 후에는 증상이 더 악화됐고, 통증도 심해졌다. 다른 병원을 찾은 김 씨는 그때서야 스티브존슨증후군(SJS)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들을 수 있었다.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SJS라는 최종진단을 받은 후 피부과․안과․내과 등의 협력진료가 이뤄졌다. 120회의 면역주사를 맞고 13번의 각막 이식수술 등도 병행됐다. 그러나 각막이 터진 그녀는 결국 실명에 이르고야 말았다.
이 일은 김 씨가 정부, 제약사, 병원, 약국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김 씨는 현재까지도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스티브존슨증후군은 약물에 의해 발생하는 심한 급성피부점막반응. 비슷한 질환으로는 중독성표피괴사용해(TEN)가 있다. 두 질환 모두 피부에 물집이 생기고 벗겨지면서 점막을 손상시킨다. 표피박리 증상이 전신에 나타나거나 내부 장기에까지 손상을 미쳐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SJS는 피부의 10%이하에만 질환이 발생했을 때, TEN은 30%이상일 때에 해당한다. TEN질환이 발병한 환자의 경우에는 사망률이 70%에 이를 정도로 증상이 심각하다.
이 질환이 흔한 것은 아니다. 발병 가능성은 대략 인구 100만 명 당 5명 이하다.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40대 이후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발병확률이 높아진다. 또 여성에서 남성보다 약 2배 정도 흔한 편. 스티브존슨증후군의 사망률은 5~12%정도, 중독성표피괴사용해의 사망률은 30% 정도다. 나이가 많고 동반질환이 심하거나 피부 손상이 광범위할수록 예후가 나쁜 편이라고 알려져 있다.
원인은 약물에 의해 발병하는 경우가 약 60%이상이다. 그러나 정확히 어떤 기전으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일부 약 성분을 이물질로 판단해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 정도로 추정할 뿐이다. 약물 외에는 세균과 바이러스, 기생충, 호르몬 변화 등도 일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증상은 고열과 피부 홍반 등으로 시작하며 근육통, 관절통 등이 동반된다. 심해지면서 점차 피부에 물집이 잡히고 표피가 벗겨지는데, 눈의 점막에도 수포가 생기며 각막이 손상되면 김 씨와 같이 실명에 이를 수 있다.
SJS와 TEN 모두 심한 화상과 비슷한 치료가 이뤄질만큼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또 각종 감염 등의 합병증도 주의해야 한다. 먼저 원인이 되는 약물의 사용을 중단하고 면역억제제를 투여하는 등 증상을 가라앉히는 일이 가장 우선적으로 진행된다. 이후 치료에는 많은 경험과 각각의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 이차 감염 치료 및 괴사조직 제거, 수분 및 전해질 균형 등 신체 전반에 나타난 모든 증상을 다각적으로 치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막 손상이나 내부 장기 손상이 진행됐을 경우에는 안과나 내과와의 협진도 매우 중요하다.
그간 이러한 약물의 이상반응에 따른 부작용 및 후유증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직장인 정 모씨(서울 강남구)는 “약 성분에 이렇게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며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의 경우에는 약국에서도 복용법 등을 일일이 설명해주는 일이 드물어 마냥 안전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접한 네티즌과 시민들은 거의 모두 정 씨와 같은 반응이다. 생명까지 위협하는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약국의 복약지도와 의약품의 안전성 강화 등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는 23일 해열·진통제, 항생제, 항간질제, 통풍치료제, 소화궤양치료제, 근육이완제, 진정제, 항불안제, 녹내장치료제, 고혈압치료제 등 약 1천700여가지 의약품이 스티븐존슨증후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최혁재 홍보이사는 “약품 복용 후 발열이나 피부 홍반 등 증상이 나타나는 등 증상이 의심스러울 때는 복용을 멈추고 의사나 약사에게 꼭 상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건강을 위한 첫걸음 하이닥 (www.hido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