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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문칼럼] 당신에게 바치는 꽃 (0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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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명 최고관리자 등록일 2012.01.12 조회수 18370



오늘, 당신을 위해 아름다운 꽃을 준비했습니다. 당신의 존재가 언제나 빛나고 소중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사하고 고마워하는 일에 어찌 그리 게으르고 인색했는지 모릅니다. 유명하지 않고 돈이 많거나 권력을 지닌 사람이 아닙니다. 눈에 띄는 인물이 아니고 목소리가 큰 사람이 아닙니다. 언제나 머물러야 할 자리에서 묵묵히 일을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때로 주변 사람에게 무시당하기도 하고 괄시당하기도 합니다. 무시당해도 삭이고 괄시당해도 인내해야 하는 삶에 대해 당신은 많은 애환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것을 절망의 굴레로 삼지 않고 생활의 거름으로 삼아 묵묵히 정진합니다.

근면하지만 세상은 당신에게 응분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부족하고 쫓기고 모자라는 상태에서 빠듯한 삶을 영위합니다. 세상이 온통 풍족하고 넉넉한 듯이 넘실거리지만 다른 세상의 일처럼 간과하고 묵묵히 자신의 영역만 들여다보며 노동하고 고심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고 한 해 한 해가 지나고 세월이 지나갑니다. 이마에 주름이 깊게 패고 육체가 쇠잔해집니다. 인생이 크게 달라지거나 나아지지 않는 것 같지만 근면성 속에서 아주 보잘것없는 것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삶의 뿌리가 깊어지고 관계의 울타리가 튼실해집니다.

많은 사람이 허황한 것을 좇고 부질없는 것에 휩쓸릴 때에도 당신은 묵묵히 삶의 뿌리를 키워갑니다. 빛나지 않고 화려하지 않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서 높이로 깊이로 넓이로 뻗어나가 놀라운 뿌리를 형성합니다. 하지만 겸손하고 진실한 것이 진정한 삶의 본질이라 믿는 당신은 ‘나’를 내세우지 않고 다른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변함없이 노력합니다. 나를 내세우지 않으니 절로 여지가 크고 도량이 넓어집니다. 그곳으로 많은 사람의 마음이 찾아들어 편안하게 쉬어갑니다. 당신 자신이 크나큰 그늘이요 쉼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당신이 있어 세상은 빛을 얻습니다. 인생의 애환을 거름삼아 비옥한 토양을 만드니 놀라운 결실이 이루어집니다. 힘도 돈도 권력도 무상하지만 당신의 진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세상의 보석이 됩니다. 당신은 그래도 그것을 당신의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우주에는 어느 것 하나 자기 것이 있을 수 없다고 겸손하게 미소 짓습니다. 땀 흘려 이뤄낸 결실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자 할 때 당신의 삶은 지상적인 것을 초월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당신은 동트기 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많은 것이 변해도 인생에 대한 자세는 변하지 않습니다. 겸손과 진실, 그리고 순수한 노동. 도시에도 있고 시골에도 있고 바닷가에도 있고 산골에도 있습니다. 전동차에도 있고 만원버스에도 있고 시장에도 있고 공사장에도 있습니다. 당신이 없는 세상, 당신이 없어 빛을 잃는 세상은 이제 상상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있어 세상이 가치를 얻고 인생이 의미를 얻습니다. 당신을 위해 준비한 꽃, 이제는 당신이 세상을 밝히는 꽃입니다.

작가 박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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